손끝으로 만난 서면 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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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으로 만난 서면 명화

부산 서면 한복판의 복합문화공간에서 눈으로 보고 손끝으로 느끼는 전시가 관람객을 맞았다. KT&G 상상마당 부산에서 열린 〈손끝에서 만나는 명화〉 어두운 미술관 부산전과 〈제9회 오버 더 레인보우〉는 작품을 감상하는 방법이 하나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줬다.

두 전시는 촉각 작품과 점자 안내, 오디오 가이드, 수어와 자막 등 여러 관람 장치를 마련했다. 작품의 형태와 질감, 색과 이야기를 각자 편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도록 구성한 점이 돋보였다. 문화예술 향유의 문턱을 낮추고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함께 작품을 살펴볼 수 있게 한 전시였다.

서면 도심에서 만난 복합문화공간

KT&G 상상마당 부산은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서면로 39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서면1번가에 위치하며 서면역 1번 출구에서 걸어서 접근할 수 있다. 갤러리는 건물 4층과 5층에 마련돼 있다.

건물 지하에는 유료주차장이 있지만 공간이 협소하다. 관람객이 몰리는 시간에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편이 편리하다. 휠체어 이용객은 엘리베이터를 통해 전시장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장애인 화장실은 건물 1층에 있다.

두 전시가 보여준 열린 관람

4층의 〈손끝에서 만나는 명화〉 어두운 미술관 부산전과 5층의 〈제9회 오버 더 레인보우〉는 2026년 9월 18일부터 9월 29일까지 운영됐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였으며, 어두운 미술관의 입장 마감 시간은 오후 6시였다. 두 전시는 무료로 공개된 뒤 9월 29일 일정을 마쳤다.

같은 건물에서 진행된 두 전시는 표현 방식과 분위기가 달랐지만, 누구나 예술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했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4층에서는 명화를 촉각으로 이해하는 경험이 중심이 됐고, 5층에서는 장애예술인들이 저마다의 색과 이야기를 펼쳐 보였다.

손끝으로 읽는 명화의 윤곽

일반적인 미술관에서는 작품을 손으로 만지지 않는 것이 기본 관람 예절이다. 그러나 4층 전시장에서는 작품에 손을 대어 감상하는 방식이 관람의 중심에 놓였다. 원화의 색을 덜어내고 인물과 사물의 형태, 선, 높낮이와 질감을 흰색 입체물로 옮긴 촉각 명화가 전시됐다.

피카소의 자화상은 얼굴 윤곽과 화면의 구조가 손끝에 직접 전해지도록 제작됐다. 고흐의 자화상과 루벤스의 메두사 역시 평면 이미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작품의 특징을 드러냈다. 색채보다 형태와 굴곡에 집중하게 되면서 익숙한 작품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었다.

관람객들은 작품 전체를 한 번에 파악하기보다 손끝을 천천히 움직이며 부분과 부분의 관계를 살폈다. 조용한 전시장에서는 촉각을 따라 감상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졌고, 눈으로만 볼 때 지나치기 쉬운 선과 구조가 더욱 또렷하게 다가왔다.

작은 장치에 담긴 세심한 배려

전시장 작품 앞에는 노란 점자블록이 설치됐으며, 점자가 새겨진 안내책자도 제공됐다. 작품별 오디오 가이드로 연결되는 QR 안내도 마련돼 시각 정보 이외의 방식으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촉각 작품은 손끝으로 부드럽게 감상하고, 작품별 체험 시간은 한 사람당 최대 5분 이내로 이용하도록 안내됐다. 여러 관람객이 차례로 작품을 경험할 수 있도록 마련된 운영 기준이었다.

점자와 음성, 촉각을 함께 활용한 구성은 접근성 자체를 전시의 중요한 요소로 만들었다. 작품을 보는 사람과 만지는 사람을 구분하기보다 서로 다른 감상 방식을 한 공간 안에 담았다는 데 의미가 있었다.

빛나는 세상을 연 열두 작가

5층에서 열린 〈제9회 오버 더 레인보우〉는 KT&G복지재단과 KT&G 상상마당이 함께한 장애예술인 지원 전시다. 선정 작가 12명이 참여해 문을 열면 빛나는 세상을 주제로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참여 작가들은 민은희, 이정윤, 정유미 작가와 멘토링을 진행했다.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4층의 흰색 촉각 명화와는 다른 분위기가 펼쳐졌다. 다채로운 색과 소재를 활용한 작품이 벽면을 채우며 밝고 생동감 있는 흐름을 만들었다.

장애에 관한 설명을 작품보다 앞세우지 않고, 작가마다 지닌 관심과 표현 방식이 먼저 보이도록 구성됐다. 관람객은 작품 속 색과 선, 인물과 풍경을 따라가며 열두 작가가 바라본 세계를 차례로 만날 수 있었다.

한 공간에 펼쳐진 서로 다른 풍경

이동윤 작가의 그림에는 건축물과 여행 풍경이 담겼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과 색을 따라가면 도시와 장소의 구조가 자연스럽게 드러났다. 멀리서는 작품의 전체 구성이 보였고, 가까이 다가가면 세부 표현이 눈에 들어왔다.

숲과 마을, 노을 사진으로 이어진 벽면에서도 작품마다 서로 다른 시선이 나타났다. 비슷한 풍경을 다루더라도 무엇을 중심에 두고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화면의 인상이 달라졌다. 전시장을 한 바퀴 도는 동안 작품 앞에 머무는 시간과 감상 속도도 자연스럽게 변했다.

일상에서 자라난 풍부한 상상력

작품의 소재는 거북선과 동물부터 가족, 친구, 간식과 캐릭터까지 다양했다. 익숙한 일상과 개인적인 관심이 작가의 상상력을 만나 각기 다른 장면으로 완성됐다.

이병철 작가의 작품에는 입체 요소가 더해져 평면 화면의 경계를 넓혔다. 최미곤 작가의 강아지와 동물 그림은 친근한 소재를 통해 관람객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박지훈 작가의 화면에는 노란 고양이와 커다란 소파가 등장해 뚜렷한 인상을 남겼다.

손우진 작가의 작품에서는 작은 선과 형태가 화면 안에 빼곡하게 이어졌다. 다른 작품과 나란히 놓이자 작가별 표현 방식의 차이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났다. 같은 주제를 다루더라도 색을 선택하는 방법과 공간을 채우는 방식, 세부 요소를 배치하는 감각은 모두 달랐다.

눈을 넘어 확장된 작품 감상

5층에도 별도의 촉감 작품이 마련됐다. 관람객은 손을 대어 표면의 차이와 형태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작품을 이해하는 길이 시각에만 머물지 않으며 촉각과 음성, 쉬운 설명을 통해서도 충분히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구성이었다.

멘토 작가들의 입체 작품과 인터뷰 영상도 함께 전시됐다. 영상에는 수어와 자막이 제공됐고, 작품을 이해하기 쉬운 설명도 마련됐다. 마음에 남는 작품의 인쇄물을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공간도 운영됐다.

각자의 색과 이야기를 먼저 만나는 전시는 모두를 위한 문화예술 공간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차분히 보여줬다. 다양한 감각과 조건을 고려한 관람 환경은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거리를 좁혔다.

한글을 새롭게 만나는 다음 전시

KT&G 상상마당 부산 5층 갤러리에서는 2026년 10월 5일부터 2027년 2월 14일까지 〈가갸거겨고!〉가 열린다. 최초의 한글날인 ‘가갸날’ 10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체험형 전시다.

건물 외부에는 커다란 한글과 세종대왕 이미지가 설치돼 전시의 성격을 알린다. 한글을 익숙한 문자로만 바라보는 데서 벗어나 새로운 시선으로 살펴보고 직접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다. 서면의 도심 공간에서 한글과 예술을 함께 만날 수 있는 전시로, 앞선 두 전시가 보여준 열린 관람의 흐름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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