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정원, 부산에 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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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정원, 부산에 피다

부산에서 만나는 조선의 정원

부산박물관 교류기획전 《조선의 정원, 마음을 심고 풍경에 노닐다》가 2026년 10월 13일부터 12월 13일까지 62일간 부산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일상에서 가까이한 정원을 중심으로 당시의 조경 철학과 원예 문화를 살펴보는 전시다.

정원은 나무와 꽃을 심은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시대가 추구한 철학과 문화, 사회의 지향점을 담아내는 장소이기도 하다. 기하학적 대칭을 앞세운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정원과 계단식 테라스, 수력 분수로 권력을 표현한 이탈리아 빌라 데스테가 자연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려 했던 역사를 보여 준다면, 조선의 정원은 자연과 교감하며 인격을 수양하고 일상의 멋과 풍류를 나누던 선비들의 시선을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자연을 대하는 조선 선비들의 태도가 생각과 공간, 일상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차분하게 펼쳐 보인다. 기관 교류를 통해 한자리에 모인 80여 점의 유물 가운데에는 평소 부산에서 만나기 어려운 국보와 보물도 포함됐다. 시민이 귀중한 문화유산을 무료로 관람할 수 있도록 마련됐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마음을 심고 자연을 들이다

전시는 모두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각 전시 구역은 선비들이 생각한 이상적인 정원에서 출발해 자연을 실제 공간 안으로 들이고, 그 풍경 속에서 사람들과 교유하며 휴식한 문화로 이어진다.

  1. 1부 마음을 심다
    옛 선현들의 고사에 담긴 이상적인 정원관을 살펴보는 공간이다. 선비들이 마음속에 그렸던 정원의 의미와 자연을 바라본 정신적 태도를 먼저 마주하게 된다.
  2. 2부 자연을 들이다
    주변의 풍경을 정원 안으로 끌어들이는 차경의 미학과 조선의 원예 문화를 조명한다. 자연을 억지로 바꾸기보다 기존 풍경과 조화를 이루려 했던 정원 구성의 특징이 드러난다.
  3. 3부 풍경에 노닐다
    정원을 배경으로 사람들과 교류하고 휴식했던 문화를 소개한다. 정원이 사색만을 위한 장소가 아니라 교유와 풍류가 펼쳐진 생활 공간이었다는 점을 보여 준다.

세 부분은 사회를 아우르는 이상과 이를 구체적인 공간으로 만든 현실, 다시 일상에 녹여 낸 삶의 모습으로 연결된다. 관람 동선을 따라 이동하면 한 편의 정원을 거니는 듯 전시의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국보와 보물로 읽는 정원 문화

전시장에서는 국보 백자 청화산수화조문 항아리와 보물 독서당계회도 등 정원 문화와 관련된 주요 문화유산을 만날 수 있다. 산수와 화조를 담은 도자기부터 정원을 배경으로 한 교유의 장면까지, 조선 사람들이 자연을 생활 속에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여러 유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정조가 직접 그린 파초도와 국화도도 주목할 회화 유물이다. 전시 안내에 따르면 첫 달에는 파초도, 둘째 달에는 파초도와 국화도, 마지막 달에는 국화도가 공개된다. 전시 시기에 따라 공개 작품이 달라지는 순차 전시 방식이다.

중국 문헌을 읽고 상상해 그린 그림과 함께 실제 정원 조성에 필요한 실용 지식을 담은 《임원경제지》도 소개된다. 선비들이 사용한 화병과 받침대, 화분 등 원예 용품도 전시돼 정원 문화가 관념에 머무르지 않고 구체적인 생활로 이어졌음을 보여 준다.

회화와 문헌, 도자기와 원예 용품을 함께 배치한 구성은 조선의 정원이 사상과 기술, 취향이 결합된 생활문화였다는 사실을 선명하게 전달한다.

전시장으로 들어온 차경의 미학

이번 기획전은 유물 전시에 설치미술과 현대적 해석을 더했다. 도입부에는 넓은 정사각형 연못과 그 위에 분재처럼 세운 소나무로 구성된 방지원도가 설치됐다. 정돈된 공간 안에서 소나무와 연못이 시선을 끌고, 관람객은 선비들의 정신세계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장면과 마주한다.

전시장 세 면에 마련된 열린 벽 너머로는 다른 구역의 작품이 보인다. 한 공간에서 바라본 풍경이 다른 공간의 전시물과 겹쳐지면서, 주변 경치를 빌려 정원의 일부로 삼는 차경의 의미가 시각적으로 펼쳐진다. 별도의 설명에만 의존하지 않고 공간 자체를 통해 조선 정원의 원리를 이해하도록 한 연출이다.

국보와 보물, 생활 유물과 조형물이 한 동선 안에서 이어지며 전시장은 정원을 해석한 또 하나의 풍경을 이룬다. 관람객들은 열린 벽과 작품 사이를 천천히 이동하며 유물과 공간이 만드는 관계를 살펴볼 수 있다.

밀랍 매화와 바둑이 잇는 시대

전시장에는 국가무형유산 궁중채화 보유자 황수로의 윤회매도 소개된다. 밀랍으로 매화를 정교하게 빚은 작품으로, 실제 꽃과는 다른 재료를 통해 매화의 형태와 섬세한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오랜 문화유산과 장인의 전통 기술이 한 공간에서 조화를 이룬다.

19세기에 그려진 바둑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도 전시된다. 이 작품은 인공지능 알파고를 상대로 유일한 승리를 거둔 이세돌 9단의 ‘신의 한 수’를 표현하며 옛 그림 속 바둑과 오늘날의 장면을 연결한다.

정원에서 바둑을 두고 사람들과 어울렸던 옛 풍류는 현대적 조형 언어를 통해 다시 제시된다. 과거의 유물과 무형유산, 현대적 감각이 나란히 놓이면서 조선의 정원 문화가 오늘의 생활과도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자연과 사람이 만나는 쉼의 공간

조선의 선비들에게 정원은 자연을 바라보는 장소이자 마음을 다스리고 사람들과 관계를 나누는 공간이었다. 계절의 변화와 식물의 생장을 가까이 두고 사색했으며, 정원에서 교유와 휴식을 이어 갔다.

전시는 이러한 흐름을 국보와 보물, 회화와 문헌, 원예 용품, 미디어아트와 조형물을 통해 입체적으로 풀어낸다. 오래된 유물을 단독으로 나열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작품이 놓인 공간과 관람 동선을 활용해 조선 정원의 철학을 이해하도록 구성했다.

전시장에는 자연을 삶 속으로 들였던 선비들의 태도와 일상의 풍류가 차분하게 펼쳐진다. 관람객이 유물 사이를 거닐며 정원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도록 마련된 공공 문화 전시라는 점도 눈에 띈다.

부산박물관 전시 관람 정보

전시명조선의 정원, 마음을 심고 풍경에 노닐다
전시 기간2026년 10월 13일부터 12월 13일까지
전시 일수62일간
전시 장소부산박물관 기획전시실
시설 주소부산광역시 남구 유엔평화로 63 부산박물관
관람료무료

부산박물관 교류기획전은 조선 정원에 담긴 철학과 원예 문화를 80여 점의 유물과 현대적인 공간 연출로 소개한다. 마음을 심고 자연을 들인 뒤 풍경 속에서 교유했던 선비들의 삶을 따라가며, 전통 정원 문화의 깊이를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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