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항해 도모헌에 닿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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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의 항해 도모헌에 닿다

바다를 통해 읽는 부산의 과거와 미래

부산 수영구 황령산 자락에 자리한 복합문화공간 도모헌에서 특별전 항해 바다 너머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부산의 역사와 개척 정신을 돌아보고, 북극항로 시대를 향한 글로벌 해양수도 부산의 미래 비전을 현대미술과 미디어아트로 풀어낸 기획 전시다.

오랫동안 부산시장 관사로 사용돼 시민에게 닫혀 있던 공간이 시민의 품으로 돌아온 지 2년을 맞은 가운데, 도모헌은 도시의 내일을 함께 구상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전시장은 과거의 흔적을 되짚는 데 머물지 않고 부산이 바다를 통해 성장해 온 과정과 앞으로 개척할 미래를 하나의 항해로 연결한다.

전시명항해 바다 너머로
전시 기간2026년 10월 13일 화요일부터 12월 6일 일요일까지
관람 시간화요일부터 금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토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8시까지
장소복합문화공간 도모헌
소재지부산광역시 수영구 황령산로7번길 60
관람료무료

피란수도에서 글로벌 해양수도로

부산은 전쟁의 상흔과 산업화의 격동을 바다와 함께 견뎌온 도시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수도의 절박한 현실을 버틴 사람들은 거친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았다. 이들에게 바다는 생계를 이어가는 일터였으며, 폐허 속에서 도시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이었다.

1876년 개항 이후 150여 년 동안 부산항은 한반도와 세계를 잇는 관문 역할을 해왔다. 수많은 사람과 물자가 오간 부산항은 대한민국 산업화를 견인한 수송 거점으로 성장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축적을 바탕으로 부산이 단순히 화물이 통과하는 항만도시를 넘어 유라시아와 세계를 연결하는 글로벌 해양수도를 지향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전시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미래의 길은 북극항로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해빙과 함께 주목받는 북극항로는 얼어붙은 극지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바닷길이다. 기존 수에즈 운하 경유 수송로보다 항해 거리와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부산항이 동북아 물류 허브를 넘어 세계 해양 물류의 핵심 거점으로 나아갈 가능성을 제시한다.

부산이 지나온 생존과 노동의 시간은 북극항로를 향한 새로운 출항의 토대로 이어진다. 도모헌의 전시는 이 긴 흐름을 출항, 개척, 미래, 도모 등 네 개의 장으로 나눠 선보인다. 관람객은 1층과 2층을 이동하며 부산의 과거부터 미래까지 순차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

네 개의 장으로 구성한 전시

  1. 출항 바다와 함께 시작된 삶과 노동의 숨결을 다루는 1층 전시
  2. 개척 넓은 바다와 북극항로를 가로지르는 도전 정신을 표현한 1층 전시
  3. 미래 청년 예술가들의 감각과 상상력으로 부산의 내일을 그린 2층 전시
  4. 도모 시민이 부산의 미래에 관한 생각을 남기는 2층 참여 공간

각 장의 메시지는 현대미술, 미디어아트, 현대 조각, 입체 설치 등 여러 형식의 작품과 어우러진다. 전시의 흐름은 부산 사람들의 노동에서 출발해 새로운 항로의 개척으로 확장되고, 청년 세대가 바라보는 미래를 거쳐 시민의 참여로 마무리된다.

출항 삶과 노동이 만든 도시

첫 번째 장인 출항은 6·25전쟁의 폐허 위에서 부산을 다시 세운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조명한다. 산비탈에서 앞바다로 이어지는 도시의 지형, 부두를 중심으로 형성된 수많은 일터, 그곳을 오간 사람들의 땀과 호흡이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된다.

영도 깡깡이마을에서 망치로 선박의 녹을 벗겨내던 어머니들의 강인한 손길과 배를 만들고 무역을 이끌던 항구 노동자들의 거친 숨결도 전시에 담겼다. 망치질을 떠올리게 하는 진동과 소리가 더해진 공간에서는 당시 노동 현장의 강도와 리듬이 입체적으로 전달된다. 관람객이 잠시 머물러 소리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구성돼 부산의 산업 현장을 청각과 감각으로 마주하게 한다.

이 장에서는 부산에서 출발해 북극항로를 개척하는 이동 경로와 미래 부산항으로 입항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다. 과거 바다의 기억과 노동의 가치를 예술적으로 재구성하면서 오늘날 해양도시 부산을 만든 출발점이 무엇이었는지를 되짚는다.

화려한 항만의 현재 뒤에는 선박을 두드리고 부두를 지킨 사람들의 노동이 있었다. 출항은 그 사실을 전시의 첫 장에 배치해 부산의 미래가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개척 북극의 바다를 향한 도전

두 번째 장인 개척은 개항 이후 150여 년 동안 부산이 쌓아온 해양 역량과 담대한 개척 정신을 다룬다. 전시의 시선은 부산 앞바다를 넘어 유라시아와 전 세계를 잇는 북극항로로 향한다.

화물을 운송하는 항만을 넘어 얼어붙은 극지를 통과하는 항로의 개척 기지로서 부산이 지닌 위상을 시각화한 작품이 전시된다. 곡선과 빛의 굴절, 길게 이어지는 선형 연출을 활용한 미디어 조형 작품들이 공간의 중심을 이룬다.

북극의 푸른빛을 형상화한 공간은 파도를 가르며 전진하는 선박의 궤적을 떠올리게 한다. 빛과 구조물이 이어지는 전시장에서는 과거의 역경을 이겨낸 부산의 힘이 세계 무대로 나아가는 동력으로 전환되는 과정이 시각적으로 펼쳐진다.

이 장은 부산항의 역할이 과거에 머물러 있지 않다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개항과 산업화의 바다에서 쌓아온 경험을 토대로 새로운 항로를 개척하고 세계 해양 물류의 중심으로 도약하려는 부산의 방향을 작품으로 제시한다.

미래 청년 작가가 다시 그린 부산

계단을 따라 2층으로 올라가면 세 번째 장인 미래가 이어진다. 앞선 세대가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일구고 도시의 길을 열었다면, 이곳에서는 청년 작가들이 자신만의 시선과 감각으로 부산을 새롭게 해석한다.

도시 소멸의 위기 속에서도 다시 살아나는 생명력, 고단한 삶 속에서 형성된 연대의 의식,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부산의 여러 풍경이 작품에 담겼다. 미디어아트와 현대 조각, 입체 설치 등 서로 다른 매체가 한 공간에서 어우러지며 부산의 내일을 다층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에 마련된 자리에서는 관람객들이 작품을 천천히 살펴볼 수 있다. 청년 세대의 신선한 감각과 상상력은 바다 너머에 펼쳐질 지속 가능한 미래 부산을 구체적인 이미지와 조형 언어로 제시한다.

과거 세대가 삶의 터전을 닦았다면 청년 예술가들은 그 터전 위에서 부산의 다음 장면을 상상한다. 미래는 부산의 역사를 계승하면서도 새로운 감각으로 도시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구간이다.

도모 시민의 생각으로 완성되는 전시

마지막 장인 도모는 관람객이 전시를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참여하는 라운지 공간이다. 도모헌 2층 도모 라운지에는 시민과 방문객이 자신이 기억하는 부산의 모습과 앞으로 바라는 부산의 미래를 메시지로 남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돼 있다.

벽면을 채운 메시지 카드에는 부산을 살아온 사람과 전시장을 찾은 방문객의 생각이 차곡차곡 쌓인다. 각자의 기억과 바람이 모이면서 전시가 제시한 글로벌 해양수도 부산의 미래는 시민의 언어로 한 번 더 확장된다.

공간에는 부산의 기억과 미래를 생각하게 하는 질문이 제시된다. 관람객은 자신이 기억하는 부산의 모습이 무엇인지, 자신이 도모하는 부산의 미래가 어떤 모습인지를 돌아보고 그 생각을 남길 수 있다. 시민과 함께 도시의 내일을 구상한다는 도모헌의 성격이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도전의 역사를 하나의 항해로

부산의 역사는 거친 파도와 마주하며 길을 개척해 온 시간이었다. 전쟁 속에서 피란민을 품은 바다, 경제 발전을 위해 사람들이 땀 흘린 노동의 바다, 북극항로를 통해 세계와 연결될 미래의 바다가 이번 전시 안에서 하나의 서사로 이어진다.

도모헌은 과거 부산시장 관사였던 장소를 시민 문화공간으로 전환한 곳이다. 이번 특별전은 이 공간의 의미와 부산의 역사를 결합해 도시의 어제와 오늘, 내일을 차분히 살펴보도록 구성했다. 전시장에는 노동 현장의 소리와 부산항의 이동 경로, 북극의 빛을 닮은 미디어 조형물, 청년 작가들의 작품, 시민의 메시지가 차례로 펼쳐진다.

항해 바다 너머로는 부산이 어디에서 출발했고 어떤 힘으로 성장했으며 어느 바다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지를 네 개의 장으로 보여주는 전시다. 무료로 운영되는 만큼 전시 기간과 요일별 관람 시간을 확인하면 부산의 역사와 글로벌 해양수도 비전을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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