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의 부산을 보다

Last Updated :
두 시간의 부산을 보다

부산 중구의 오래된 기록과 오늘의 풍경이 한 화면에서 만난다. 40계단문화관 6층 생활문화센터에서 진행 중인 것으로 안내된 특별전 다시 그린 중구 동도이시는 역사적 기록과 건축, 소설, 익숙한 도시 이미지를 바탕으로 부산 중구의 시간을 다시 살펴보는 전시다.

전시장에서는 용두산 자락과 개항장 해안선, 피란수도 시기의 국제시장과 40계단, 광복동의 밤, 산복도로 등 중구를 상징해 온 여러 장면을 만날 수 있다. 오랫동안 축적된 기록과 반복적으로 소비돼 온 부산의 이미지가 작품 안에서 나란히 놓인다.

서로 다른 시간이 놓인 한 장면

전시 제목인 동도이시는 한 화면 안에 서로 다른 시간을 나란히 놓아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전시는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풍경을 만드는 방식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역사적 기록과 도상, 건축과 소설을 토대로 중구를 다시 그려낸 작업을 선보인다.

중구에는 실제로 오래된 도상과 바다·야경처럼 오랫동안 반복되며 익숙해진 이미지가 함께 쌓여 있다. 전시장에서는 한동안 잊혔던 옛 기록과 자주 접해 온 도시 풍경이 교차한다. 관람객은 과거와 현재가 한 공간에서 겹쳐지는 흐름을 따라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장 내부에는 작가별 표현 방식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작품들이 배치돼 있다. 디지털 드로잉과 비단 위의 먹·분채, 가변 설치, 수묵과 아크릴, 수묵담채 등 서로 다른 재료와 기법이 중구의 역사와 공간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보여준다.

김근예의 모래톱 이야기

김근예 작가의 모래톱 이야기는 18점의 디지털 드로잉으로 구성됐다. 각각의 작은 화면은 나란히 이어지며 하나의 긴 서사를 형성한다.

작품에는 노을빛이 번지는 모래톱과 거친 파도, 바람 속을 걷는 사람들의 실루엣이 담겨 있다. 개별 장면은 독립된 이미지이면서도 연속된 이야기처럼 연결된다. 사라지거나 희미해진 장소와 시간의 흔적을 여러 화면으로 나누어 보여주는 구성이 특징이다.

관람 동선을 따라 그림을 차례로 바라보면 풍경의 변화와 인물의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잔잔한 색채와 인물의 실루엣이 어우러진 화면은 전시장에 차분한 분위기를 더한다.

박지원의 임시정부청사

박지원 작가의 임시정부청사 석당박물관은 비단 위에 먹과 분채를 사용해 완성한 작품이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석당박물관 외관뿐 아니라 건물 내부의 여러 공간까지 세밀하게 구성했다.

건물의 단면을 들여다보는 듯한 화면 안에는 방마다 사람들의 생활과 역사적 장면이 촘촘하게 배치돼 있다. 외부 형태만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물 안에서 이어졌던 삶과 시간을 함께 펼쳐 보인다.

작은 공간마다 서로 다른 장면이 담겨 있어 관람객이 화면 가까이 다가가 세부 구성을 살펴보게 한다. 하나의 건축물이 여러 사람의 삶과 역사적 순간을 품고 있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드러내는 작품이다.

심성아의 사회 풍경과 초상

심성아 작가의 사회의 풍경과 초상은 벽면을 폭넓게 사용하는 6미터 이내 규모의 가변 설치 작품이다. 중심에는 여러 색으로 표현한 산복도로 마을 그림이 자리하고, 작은 조각들이 주변 벽면으로 퍼져 나가듯 설치돼 있다.

조각들은 파도나 나비가 흩어지는 모습처럼 중심 화면에서 사방으로 이어진다. 산복도로 마을을 중심으로 중구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일상과 기억이 확장되는 구조다.

하나의 사각형 화면 안에 모든 장면을 가두지 않고 벽면 전체를 작품의 일부로 활용했다. 중심과 주변을 오가며 작품을 살펴보는 동안 관람객의 시선도 자연스럽게 넓게 움직인다. 여러 사람의 이야기와 생활의 흔적이 한 공간에서 이어지는 모습을 설치 형식으로 보여준다.

박능생의 부산풍경도

박능생 작가의 부산풍경도는 파노라마처럼 넓게 펼쳐진 캔버스에 수묵과 아크릴로 부산의 모습을 담았다. 산과 바다, 빽빽한 도심과 야경이 한 화면 안에서 이어진다.

검은 먹빛과 세밀한 붓질은 도시의 밀도와 지형을 묵직하게 표현한다. 높은 곳에서 부산 전경을 내려다보는 듯한 구도를 통해 산과 바다 사이에 형성된 도심의 모습을 폭넓게 보여준다.

익숙한 부산의 야경도 수묵과 아크릴이라는 재료를 거치면서 다른 질감으로 나타난다. 넓은 화면에 펼쳐진 풍경은 관람객이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전체 구성을 본 뒤, 가까이 다가가 세부 표현을 확인하도록 이끈다.

옛 부산을 담은 사로승구도

박능생 작가의 사로승구도 영인본은 화선지 위에 수묵담채로 옛 부산의 풍경을 표현한 작품이다. 산자락을 따라 이어지는 성곽과 기와집, 잔잔한 바다 위에 떠 있는 배가 화면 안에 배치돼 있다.

옅은 채색과 정교한 필선은 고요한 옛 도시의 모습을 보여준다. 오늘날의 부산풍경도와 함께 살펴보면 동일한 지역을 둘러싼 시간의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성곽과 기와집이 자리했던 풍경에서 산과 바다, 도심의 불빛이 밀집한 현재의 풍경까지 부산의 변화가 작품 사이에서 이어진다. 이는 서로 다른 시간을 한 전시 안에 나란히 놓는 동도이시의 구성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판화로 이어지는 전시 체험

전시장 한쪽에는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판화 체험 공간이 마련돼 있다. 판화 도구를 움직여 결과물을 완성하는 방식으로, 작품 감상에 이어 제작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체험 공간에는 잉크가 옷에 묻는 것을 줄일 수 있도록 앞치마와 팔토시가 준비돼 있다. 사용하는 잉크는 수성으로 안내되며, 어린이는 보호자와 함께 체험할 수 있다. 전시 관람료와 판화 체험료는 모두 무료다.

관람객들은 작품을 살펴본 뒤 판화 체험으로 이동해 손으로 도구를 다뤄볼 수 있다. 전시가 시각적인 감상에 머물지 않고 직접 만드는 활동으로 이어지는 구성이다.

관람 뒤 머물 수 있는 공간

전시장 한쪽에는 테이블이 마련돼 있어 작품 감상과 체험을 마친 뒤 잠시 머물며 전시 내용을 정리할 수 있다. 작품 사이에는 중구의 옛 기록과 오늘의 풍경이 이어지고, 전시장 전체에는 차분한 관람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40계단문화관 건물 1층에는 국제화센터가 있다. 전시 공간과 함께 책을 읽거나 어학 학습을 할 수 있는 시설이 한 건물 안에 자리한다.

관람 정보

전시 장소40계단문화관 6층 전시실
소재지부산광역시 중구 동광길 49
평일 관람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주말 관람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휴관매주 월요일과 공휴일
관람료무료
체험료무료
문의40계단문화관 051-600-4046

다시 그린 중구 동도이시는 부산 중구에 축적된 오래된 기록과 익숙한 도시 이미지를 네 작가의 시선으로 한자리에 펼쳐 보이는 전시다. 관람객은 디지털 드로잉부터 수묵담채와 설치 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표현을 따라가며 중구의 과거와 현재를 비교해 볼 수 있다.

두 시간의 부산을 보다
두 시간의 부산을 보다
두 시간의 부산을 보다 | 부산진 : https://busanzine.com/8502
서울진 부산진 경기진 인천진 대구진 제주진 울산진 강원진 세종진 대전진 전북진 경남진 광주진 충남진 전남진 충북진 경북진 찐잡 모두진
부산진 © busanzine.com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