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맛 세계와 만나다

제23회 부산국제음식박람회가 부산의 향토음식과 세계 각국의 식문화를 한자리에 펼쳐 보였다. 지역 농수산물로 만든 음식부터 세계 미식, 조리 경연, 카빙 작품, 디저트와 씨푸드까지 다채로운 콘텐츠가 전시장을 채웠다. 음식 판매에 머물지 않고 지역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며 부산의 미식 콘텐츠를 관광 자원으로 확장하는 행사라는 점도 뚜렷하게 드러났다.
부산시는 미식도시 브랜드화와 로컬 미식 네트워크 구축을 비롯해 지역 농수산물과 연계한 정책을 다각도로 추진하고 있다. 관광객이 부산에 더 오래 머물고 다시 찾도록 만드는 식도락 관광은 지역 경제와도 맞닿아 있다. 부산을 방문하는 국내외 관광객이 연간 2,500만 명에서 3,000만 명 규모를 유지하는 가운데 외국인 관광객 400만 명을 목표로 한 흐름에서도 음식과 식문화는 중요한 관광 요소로 제시됐다.
향토음식과 세계 미식의 만남
2026년 10월 9일 문을 연 제23회 부산국제음식박람회에는 국내외 약 109개 업체가 참여했고 215개 부스가 마련됐다. 각 공간은 부산의 지역 음식과 세계 여러 나라의 요리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전시장에서는 음식의 맛뿐 아니라 식재료와 조리법, 음식에 담긴 문화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었다.
베트남과 일본, 이탈리아 등 각국 현지인이 운영하는 월드푸드빌리지에서는 나라별 음식과 식문화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었다. 부산의 대표 음식을 모은 부산 푸드 타운은 지역 식재료와 향토음식의 특색을 보여줬다. 스트릿푸드와 디저트, 씨푸드 공간에도 여러 메뉴가 펼쳐지면서 관람객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로컬푸드를 활용한 요리 전시는 부산에서 생산되거나 지역과 관계된 식재료의 가치를 알리는 역할을 했다. 관람객은 완성된 음식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부산 고유의 식문화가 어떤 재료와 조리 방식을 통해 이어지는지 확인할 수 있었다. 지역 생산자의 식재료가 음식으로 완성되고, 다시 관광객의 미식 경험으로 연결되는 구조도 행사 전반에서 나타났다.
박람회는 부산의 맛을 소개하는 동시에 전통과 현대, 지역과 세계를 연결하는 식문화 교류의 장으로 꾸려졌다. 향토음식의 상징성과 전통을 알리는 전시뿐 아니라 세계 정상급 셰프들과 함께하는 협업 프로그램과 쿠킹쇼가 마련됐다. 빠르게 달라지는 외식 산업의 흐름과 조리 방식도 함께 소개되면서 음식 산업의 현재와 앞으로의 방향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미식도시 부산의 방향
부산국제음식박람회는 지역의 향토음식을 널리 알리고 식문화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마련됐다. 부산이 가진 바다와 지역 식재료, 향토기업의 제품, 전통적인 조리 문화가 하나의 전시 안에서 연결됐다. 세계 각국의 음식이 함께 소개되면서 부산의 식문화가 국제적인 미식 흐름과 만나는 모습도 확인됐다.
행사장에서는 지역 상권과 세계 식문화의 연결을 시도하는 여러 공간이 운영됐다. 부산 지역 업체의 제품과 로컬푸드는 독립된 상품으로만 전시되지 않고 관광객이 직접 보고 맛보는 미식 콘텐츠로 제시됐다. 이를 통해 지역 업체와 생산자는 제품을 알리고 관람객은 부산 음식의 배경과 특성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같은 구성은 일시적인 판매나 단기적인 행사 효과를 넘어 지속 가능한 미식 생태계를 만들려는 부산시의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었다. 지역의 식재료와 음식, 생산자와 요식업체, 관광객을 연결하려는 흐름이 전시장 곳곳에서 구체적인 콘텐츠로 나타났다.
600여 명이 펼친 조리 경연
전시장 한편에서는 부산마리나 셰프챌린지 대회가 함께 열렸다. 국내외 조리사와 학생, 전문 셰프 등 600여 명이 참가해 정해진 시간 안에 요리를 완성했다. 참가자들이 재료를 손질하고 조리 순서를 맞추며 하나의 접시를 완성하는 모든 과정이 관람객 앞에서 진행됐다.
조리대 주변에서는 참가자들의 빠른 움직임이 이어졌고 완성 단계에 가까워질수록 접시 위 음식은 정교한 형태를 갖췄다. 경연 참가자들은 제한된 시간과 조건 안에서 기술과 창의성을 결과물로 보여줬다. 관람객은 완성된 요리만 보는 일반적인 전시와 달리 식재료가 한 접시의 음식으로 바뀌는 전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다.
조리학과 학생들의 경연도 진행됐다. 학생들은 비교적 간단한 도구를 활용하면서도 높은 완성도의 작품을 선보였다. 전문 셰프와 조리사, 학생들이 같은 행사에서 기술을 겨루고 서로의 조리법을 확인하는 장면은 박람회의 현장감을 높였다.
경연은 관람객을 위한 볼거리인 동시에 참가자들이 기술을 나누고 새로운 조리법과 창의적인 레시피를 모색하는 자리였다. 경쟁과 교류가 함께 이뤄지는 과정은 지역 요식업의 역량과 조리 분야 인재들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K푸드와 한국 식문화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등을 통해 관심을 받는 상황에서, 박람회에 참여한 조리사와 학생들이 선보인 음식과 기술은 지역 식문화 콘텐츠의 기반으로 제시됐다. 부산의 재료와 조리법을 꾸준히 발전시키는 과정이 새로운 미식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점도 행사 구성에서 강조됐다.
식재료가 작품이 된 카빙 무대
라이브 카빙 경연에서는 수박과 멜론, 호박, 당근 등 다양한 식재료가 조각 작품으로 바뀌었다. 참가자들은 재료마다 다른 질감과 색을 살려 세밀한 무늬와 입체적인 형태를 완성했다. 칼끝이 움직일 때마다 평범한 과일과 채소의 표면에 새로운 모양이 나타났고, 작업이 진행될수록 화려한 작품의 윤곽이 드러났다.
카빙 경연은 식재료가 맛을 내는 재료를 넘어 시각적인 표현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관람객들은 완성 작품과 함께 조각이 이뤄지는 과정을 지켜봤다. 참가자들이 식재료의 크기와 색, 단단함을 고려해 작품을 만들어가는 모습이 조리 경연과는 또 다른 볼거리를 형성했다.
요리와 카빙이 나란히 펼쳐진 경연 공간에서는 음식에 필요한 기술과 표현 방식의 폭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빠르고 역동적인 조리 과정과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카빙 작업이 대비를 이루면서 행사장의 분위기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부산광역시 우수식품존
부산광역시 우수식품존에서는 부산 지역 기업이 만든 다양한 식품이 소개됐다. 부산을 대표하는 어묵 제품을 비롯해 지역 지명을 활용한 국수 브랜드와 전병 제품 등이 한자리에 전시됐다. 관람객은 평소 접했던 제품 가운데 부산 향토기업이 만든 상품을 새롭게 확인할 수 있었다.
여러 제품을 함께 배치한 전시는 부산 식품기업의 구성과 상품 특성을 비교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익숙한 어묵부터 국수와 전병까지 품목도 다양했다. 지역 기업이 부산의 이미지와 식문화를 제품에 어떻게 담아내고 있는지 살펴보는 공간으로 운영됐다.
우수식품존은 개별 제품을 알리는 역할과 함께 부산 식품산업의 폭을 보여줬다. 지역에서 만들어진 식품이 관광객의 미식 경험과 연결되고 부산을 기억하게 하는 상품으로 이어지는 흐름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찰음식의 현대적 구성
부산푸드타운에서는 꽃차와 함께 범어사가 제공하는 사찰음식이 소개됐다. 꽃차는 재료 고유의 맛과 향을 전달했고, 정갈한 사찰음식은 현대적인 파인다이닝 형태로 구성됐다. 전통적인 식문화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오늘날의 미식 흐름에 맞게 표현한 점이 두드러졌다.
사찰음식 공간은 부산이 가진 전통 식문화의 한 갈래를 보여줬다. 단정하게 구성된 음식과 꽃차가 함께 놓이면서 다른 먹거리 공간과 구별되는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관람객은 오래 이어져 온 음식 문화를 현대적인 차림과 표현을 통해 접할 수 있었다.
전통의 핵심을 지키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선보인 사찰음식은 지역 식문화가 계승과 변화라는 두 흐름을 함께 담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 이는 부산의 미식 콘텐츠가 해산물이나 대중적인 향토음식에만 머물지 않고 다양한 전통문화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고등어로 표현한 부산의 지역성
2026년 10월 말 송도해수욕장에서 열리는 고등어축제를 미리 소개하는 부스도 운영됐다. 현장에는 고등어 초밥과 고등어빵이 전시됐고 해산물을 활용한 캐릭터 상품도 함께 소개됐다.
고등어를 초밥과 빵, 캐릭터 상품 등 서로 다른 형태로 표현한 구성은 부산의 지역적 특성을 알기 쉽게 전달했다. 지역 수산물이 음식뿐 아니라 축제와 상품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관람객에게는 고등어축제의 주요 콘텐츠를 먼저 살펴보는 기회가 됐다.
부산의 바다와 수산물을 기반으로 한 음식은 도시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요소다. 박람회는 이 같은 지역성을 여러 제품과 전시로 구체화했다. 지역 업체와 로컬푸드가 가진 가치와 가능성도 고등어 관련 콘텐츠를 통해 다시 드러났다.
맛의 세계일주 부루맛불
행사 첫날인 2026년 10월 9일은 한글날 공휴일이었다. 행사장에는 연인과 가족 단위 나들이객을 비롯해 많은 시민이 찾았다. 협업을 통해 개발한 메뉴와 지역 요식업체의 음식을 구매해 맛볼 수 있는 먹거리 공간도 넓게 마련됐다.
관람객들은 준비된 테이블에 앉아 음식을 나누며 행사장을 둘러봤다. 전시 부스와 조리 경연을 관람한 뒤 각자 고른 음식을 맛보는 모습이 이어졌다. 음식의 향이 퍼지는 먹거리 공간과 분주한 조리 무대가 어우러지며 박람회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를 형성했다.
맛의 세계일주 부루맛불이라는 주제에 맞춰 세계 각국의 음식이 한자리에 모였다. 전통 요리부터 최근 주목받는 디저트까지 선택할 수 있는 메뉴가 다양하게 구성됐다. 특정 연령층에 치우치지 않고 가족과 연인, 시민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식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졌다.
각국 음식을 비교해 맛볼 수 있는 공간은 세계 미식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도왔다. 부산의 로컬푸드와 해외 음식이 한 행사장에서 함께 소개되면서 지역성과 국제성이 조화를 이뤘다. 방문객들이 음식을 고르고 함께 나누는 장면 자체가 박람회가 내세운 식문화 교류의 의미를 보여줬다.
음식과 관광을 잇는 박람회
제23회 부산국제음식박람회는 로컬푸드의 가치를 알리고 세계 각국의 미식 문화와 교류하는 자리로 운영됐다. 부산광역시 우수식품존과 부산푸드타운, 월드푸드빌리지, 스트릿푸드·디저트·씨푸드 공간은 서로 다른 음식을 보여주면서도 부산을 미식 관광 도시로 알린다는 공통된 방향을 나타냈다.
부산마리나 셰프챌린지와 라이브 카빙 경연은 조리 기술과 창의성을 현장에서 직접 보여줬다. 범어사의 사찰음식은 전통 식문화의 현대적인 표현을 제시했고, 고등어축제 홍보 부스는 부산의 수산물과 지역 축제를 연결했다. 지역 식품기업의 제품은 부산 식품산업의 다양성을 드러냈다.
결국 박람회의 중심에는 부산의 식재료와 음식, 사람, 관광을 하나로 잇는 미식도시의 구상이 놓였다. 지역 생산자와 기업, 요식업 종사자와 조리 인재, 시민과 관광객이 음식이라는 공통 주제로 만났다. 풍성한 볼거리와 먹거리가 함께한 현장은 부산의 식문화가 가진 범위와 지역 미식 콘텐츠의 경쟁력을 보여줬다.
부산시가 추진하는 미식도시 브랜드화와 로컬 미식 네트워크는 박람회의 여러 전시와 프로그램을 통해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향토음식의 계승, 로컬푸드의 활용, 세계 식문화와의 교류, 전문 조리 인재의 경연이 한 행사 안에서 이어졌다. 제23회 부산국제음식박람회는 부산의 맛을 널리 알리고 식문화와 관광 산업을 함께 발전시키려는 정책 방향을 확인하는 무대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