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거리예술 세계를 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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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거리예술 세계를 잇다

부산시민공원이 세계 각국의 거리예술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열린 공연장으로 변신했다.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이 마련한 ‘2026 부산거리예술축제 Street B’가 2026년 10월 3일부터 5일까지 부산시민공원에서 열렸다.

축제 기간 공연은 오후 1시부터 8시까지 이어졌다. 9개국 예술가들이 참여해 모두 34개 작품을 50여 차례 무료로 선보였다. 작품은 기획 6개, 공모 23개, 협업 5개로 구성됐다. 부산국제공연예술마켓 BPAM과 연계해 국내외 예술가와 시민이 만나는 접점도 넓혔다.

공연장은 극장 안에 머물지 않았다. 야외무대와 잔디밭, 숲길, 공원의 구조물이 각각 작품의 배경이 됐다. 관객은 산책하듯 공원을 이동하며 서커스와 무용, 연극, 음악, 다원예술을 차례로 만났다.

공원 곳곳에 마련된 여섯 무대

축제 공간은 모두 여섯 개 지점으로 나뉘었다. SPOT A는 뽀로로도서관 옆 야외무대, SPOT B는 기억의 기둥에 마련됐다. SPOT C는 향기의 숲 야외무대였고, SPOT D는 흔적극장, SPOT E는 다솜마당이었다. SPOT F는 방문자센터와 남측 잔디밭을 활용했다.

같은 공원 안에서도 공간에 따라 공연의 인상은 달라졌다. 야외무대에서는 관객의 박수와 환호가 곧바로 공연자에게 전달됐고, 잔디밭에서는 사람들이 앉거나 서서 움직임을 지켜봤다. 나무와 숲길이 가까운 공간에서는 자연의 풍경까지 작품의 일부처럼 어우러졌다.

SPOT A에는 헝가리 BANDARTS Productions의 ‘Dancing Graffiti’가 편성됐다. SPOT C에서는 포스의 ‘교감’과 제로코의 ‘BENCH’를 선보였다. SPOT D에는 캐나다 Julia의 ‘PLAF!’, SPOT E에는 갬블러크루의 ‘부산 스트릿 웨이브’가 배치됐다. SPOT F에서는 리타이틀의 ‘경로를 재탐색합니다.’ 등이 공연됐다.

관객은 한 장르에 머무르지 않고 각자 취향에 따라 작품과 관람 동선을 선택할 수 있었다. 여러 공연이 비슷한 시간에 시작되는 만큼 편성표는 공연장과 시간을 결정하는 기준이 됐다.

부산 예술가들이 펼친 무대

국내외 초청 작품과 함께 부산 예술가들의 작품도 축제 무대를 채웠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거리와 공원의 특성을 살린 작품을 시민 앞에 선보였다.

허경미무용단-무무의 작품은 ‘진화-Parade of Life’였다. 이 작품은 2026년 10월 4일 오후 2시 30분 SPOT C에서 공연하도록 편성됐다. W.I.O Dance Project는 ‘興(흥), 블루스’를 선보였으며, 같은 날 오후 4시 SPOT D에서 관객과 만났다.

지역 예술가의 작품과 해외 공연팀의 작품이 공원 안에서 함께 펼쳐지면서 축제의 구성이 한층 다채로워졌다. 시민은 익숙한 부산시민공원을 거닐며 지역 창작자의 무대와 여러 나라의 거리예술을 연이어 관람할 수 있었다.

외발자전거 위에서 펼쳐진 카툰

2026년 10월 3일 오후 4시 30분에는 SPOT A에서 일본 위티 룩 Witty Look의 ‘카툰!!’이 시작됐다. 영문 제목은 ‘Cartoooon!! Street Ver.’로 안내됐으며 공연 시간은 40분이었다.

위티 룩은 전 외발자전거 세계 챔피언과 클라운이 함께하는 비주얼 코미디 서커스 듀오로 소개됐다. 두 공연자는 노란색 상의와 검은색 조끼 차림으로 등장했다. 외발자전거를 타고 함께 줄을 넘고, 잔이 놓인 쟁반을 높이 들어 올리며 관객의 시선을 끌었다.

한 공연자가 상대를 어깨 위에 세우는 장면에서는 관객들이 숨을 죽였다. 두 사람은 높은 수준의 균형 감각과 호흡을 보여주는 동시에 능청스러운 표정과 만화 같은 몸짓을 이어갔다. 안장이 높은 외발자전거와 바퀴를 활용한 동작이 계속될수록 무대의 긴장감도 높아졌다.

정교한 서커스 기술과 대사에 크게 의존하지 않는 익살스러운 표현은 언어의 경계를 넘어 웃음을 만들었다. 공연 중 박수와 환호가 잇따랐고, 산책로를 지나던 시민들도 발걸음을 멈춘 채 무대를 바라봤다. 무료 야외공연이라는 열린 형식 속에서 공연자와 관객 사이의 거리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졌다.

기억의 기둥을 채운 우키후네

같은 날 오후 5시 SPOT B에서는 일본 UKIMO Project의 ‘우키후네 Ukifune’가 공연됐다. 40분으로 편성된 작품은 기억의 기둥 사이 잔디밭을 무대로 삼았다.

흰옷을 입은 공연자들은 커다란 원형 기구에 몸을 맡기고 천천히 회전했다. 뒤편에서는 흰 깃발이 바람을 머금은 채 펼쳐졌다. 공연자의 움직임과 원형 기구, 바람에 흔들리는 천이 한 장면 안에서 이어졌다.

기억의 기둥과 나무, 멀리 보이는 도심 건물이 함께 배경에 들어오면서 공원의 넓은 풍경이 무대 장치처럼 기능했다. 관객들은 잔디 위에 앉거나 주변에 서서 몸의 움직임과 천의 흐름을 지켜봤다.

앞선 서커스 무대가 웃음과 탄성으로 가득했다면 ‘우키후네’가 펼쳐진 공간에는 차분한 분위기가 흘렀다. 원을 그리는 움직임과 바람을 따라 변하는 깃발의 형태가 이어지면서 같은 공원 안에서도 서로 다른 거리예술의 결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행가방과 상자가 만든 반전

오후 5시 30분에는 SPOT A에서 브라질 공연팀 CIRCO DELIRIO의 ‘MOBILE’이 무대에 올랐다. 공연 시간은 30분으로 안내됐다. 여행가방과 초록색 상자, 긴 봉처럼 일상에서 볼 수 있는 물건들이 주요 소품으로 사용됐다.

상자에서 빨간 바지를 입은 다리가 불쑥 솟아오르는 장면은 관객의 웃음을 이끌었다. 이어 동료들이 받친 봉 위에서 한 공연자가 균형을 잡자 무대 주변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세 공연자는 서로의 움직임을 주고받으며 소품의 쓰임을 계속 바꿨다. 평범한 여행가방과 상자는 예상을 뒤집는 장면을 만드는 도구가 됐고, 긴 봉은 공연자들의 균형과 협업을 보여주는 장치로 활용됐다. 익숙한 물건이 기발한 볼거리로 전환되는 과정이 거리 서커스의 특징을 선명하게 드러냈다.

누구나 가까이에서 즐긴 거리예술

축제 안내물에는 관객 참여 여부와 휠체어 관람 관련 정보가 기호로 표시됐다. 실제 공연장 앞에도 휠체어 관람 공간이 별도로 표시돼 있었다. 관객은 작품의 성격과 관람 여건을 미리 살핀 뒤 원하는 공연을 선택할 수 있었다.

거리예술은 공연자와 시민 사이에 높은 경계를 두지 않았다. 무대 주변을 지나던 사람도 공연이 시작되면 자연스럽게 관객이 됐고,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한자리에서 박수와 웃음을 나눴다. 잔디밭에 앉은 관객과 산책로에 선 시민, 공연을 보기 위해 무대 앞에 모인 사람들이 함께 현장 분위기를 만들었다.

부산시민공원은 산책과 휴식의 공간을 넘어 세계의 예술가와 부산 시민이 만나는 문화 공간으로 활용됐다.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이 마련한 이번 축제는 시민이 일상 가까이에서 여러 장르의 공연예술을 접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부산시민공원 위치와 교통

부산시민공원은 부산광역시 부산진구 시민공원로 73에 있다. 공원 이용 시간은 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다. 도시철도 1호선 부전역 7번 출구 또는 동해선 부전역 2번 출구에서 걸어서 접근할 수 있다.

구분운영 정보
공원 이용 시간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지하주차장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남측 임시주차장오전 5시부터 자정까지
동측 임시주차장주말과 공휴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7시까지

지하주차장과 남측 임시주차장의 일반 차량 요금은 10분당 평일 200원, 주말 300원으로 안내됐다. 하루 요금은 1만 원이며 결제 수단은 카드다. 동측 임시주차장은 주말과 공휴일에만 운영됐다.

세계의 무대가 된 시민공원

2026 부산거리예술축제는 공원 안 여섯 개 지점을 무대로 활용해 9개국의 다양한 공연을 시민에게 무료로 선보였다. 외발자전거 서커스의 긴장과 웃음, 원형 기구와 깃발이 만든 차분한 움직임, 여행가방과 상자를 활용한 브라질 서커스가 시간과 공간을 달리하며 이어졌다.

공연장마다 분위기와 작품의 표현 방식은 달랐지만 시민이 가까운 거리에서 예술을 만났다는 점은 같았다. 산책로를 걷던 시민이 발걸음을 멈추고, 잔디밭에 모인 관객이 공연자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박수와 환호가 공원 곳곳으로 퍼졌다.

익숙한 부산시민공원에서 세계의 거리예술을 만난 사흘이었다. 무용과 연극, 음악, 서커스, 다원예술이 공원의 일상적인 풍경 속으로 들어오면서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도 넓어졌다. 부산의 열린 공공공간과 국내외 예술가들의 작품이 어우러진 현장은 거리예술이 시민의 일상과 만나는 방식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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