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점 노보이차의 시간

차와 서예가 만나는 특별전
부산 금정구 범어사 성보박물관에서 2026 특별전 《백팔 노보이차 대전》이 열린다. 이번 전시는 오랜 세월 자연 숙성된 노보이차와 효원 박태만 서예가의 작품을 한 공간에 배치해 차와 선이 하나로 이어지는 차선일미의 정신을 보여준다.
전시장에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에 이르는 시간을 품은 노보이차 108점이 소개된다. 중화권 차문화 주요 인사들과 대만 중화차업협회가 뜻을 모아 마련한 전시로, 종교적 가르침을 앞세우기보다 다도와 서예라는 친숙한 예술을 통해 차분한 사색과 문화적 휴식을 전한다.
범어사 성보박물관은 사찰에서 전승된 유물과 기증받은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연구하는 기관이다. 국외로 유출됐던 불화를 환수하고 민가에 흩어져 있던 유물을 수집해 공개하는 한편, 시민이 역사와 전통문화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행사도 운영해 왔다. 이번 특별전 역시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박물관의 역할을 바탕으로 전통문화를 일상과 연결한 기획이다.
세월을 품은 노보이차 108점
전시장 벽면에는 박태만 서예가의 기품 있는 글씨가 걸려 있고, 작품 아래에는 오래된 노보이차가 정갈하게 놓여 있다. 서예의 선과 여백, 세월의 흔적이 남은 차의 형태가 한 장면 안에서 어우러진다. 관람객은 글귀의 의미와 차가 지나온 시간을 함께 살피며 전시가 전하는 차선일미의 뜻을 자연스럽게 되새길 수 있다.
전시는 중국 차의 재배 방식과 유통·관리 체계가 근대에 들어 어떻게 달라졌는지 관람 동선에 따라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차를 단순한 기호식품으로 바라보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시대의 생산 방식과 생활문화가 축적된 유물로 살펴보게 한다. 다도 문화가 낯선 관람객도 전시 설명과 안내 자료를 따라가며 중화권 차문화의 흐름을 차근차근 접할 수 있다.
주요 전시품으로는 코팅 은박지에 싸인 1960년대 눈첨상원도육보차, 당시 문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삽화가 담긴 1958년 단면화차두복전이 있다. 또한 1885년 중국 윈난에서 제작된 향질경 동홍호도 만날 수 있다. 제작 시기를 기준으로 1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차까지 한자리에 소개되면서, 차가 보존해 온 긴 시간의 깊이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오래된 포장과 빛깔, 형태를 지닌 차들은 각 시대의 흔적을 보여준다. 전시장을 채운 차분한 조명과 정돈된 진열은 오래된 차와 서예 작품에 시선을 집중하게 한다. 직접 맛을 보지 않더라도 차와 글씨가 만들어 내는 절제된 분위기를 통해 전통 다도의 정서를 살필 수 있다.
다완에서 발견하는 도자 예술
노보이차와 함께 18점의 다완도 전시된다. 갈유와 청자, 백자, 흑유 등 여러 기법으로 제작된 다완이 한자리에 놓여 차를 마시는 그릇이 시대와 지역에 따라 어떻게 다른 아름다움을 갖게 됐는지 보여준다.
송·원나라 시기의 중국 도자 양식과 고려청자 다완을 함께 관람할 수 있어 차문화와 도자 예술의 관계도 살펴볼 수 있다. 색과 유약, 표면의 질감, 그릇의 형태를 비교하다 보면 다완이 실용적인 그릇인 동시에 당대의 미감을 담은 예술품이라는 점이 드러난다.
전시 방식에도 세심한 구성이 반영됐다. 다완을 반사판 위에 올려 관람객이 평소 확인하기 어려운 그릇 아래쪽의 그림까지 볼 수 있도록 했다. 정면과 측면뿐 아니라 밑면의 표현까지 감상할 수 있어 작품의 형태와 장식 요소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차향으로 이어지는 관람 경험
전시장 입구 쪽에는 전시에서 소개된 차를 경험할 수 있는 별도의 시음 공간이 마련됐다. 다성 등시해 선생이 제공한 숙전을 비롯해 깊은 풍미를 지닌 여러 차가 시음 대상으로 소개됐다. 이 가운데에는 1969년에 재배된 찻잎을 혼합한 차도 포함됐다.
해당 차는 경매 시장에서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에 거래되는 것으로 소개됐으며, 등시해 선생이 이번 행사를 위해 기부한 차다. 시음 공간은 눈으로 유물을 관람하는 전시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향과 맛을 통해 차문화를 접하도록 구성됐다. 오래 숙성된 차의 향과 부드러운 목넘김은 노보이차에 쌓인 시간을 감각적으로 전달한다.
《백팔 노보이차 대전》은 노보이차 108점과 서예, 다완, 시음 경험을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한 전시다. 차가 지닌 역사적 가치와 서예의 정신성, 도자기의 예술성을 함께 살펴볼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종교의 경계를 넘어 전통문화와 예술을 통해 마음의 평온을 전하려는 범어사 성보박물관의 열린 전시 방향도 확인할 수 있다.
전시 관람 정보
| 전시명 | 2026 특별전 《백팔 노보이차 대전(百八老普茶大展)》 |
|---|---|
| 전시 기간 | 2026년 10월 2일부터 10월 31일까지 |
| 전시 장소 | 범어사 성보박물관 2층 기획전시관 |
| 소재지 | 부산광역시 금정구 범어사로 296 |
| 관람 시간 |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
| 입장 마감 | 오후 4시 30분 |
| 휴관일 | 매주 월요일 |
| 관람료 | 무료 |
관람객은 범어사 성보박물관 2층 기획전시관에서 오랜 차가 간직한 시간과 박태만 서예가의 작품, 다양한 다완을 차례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2026년 10월 31일까지 이어지며 월요일에는 문을 닫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