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부르크 하펜시티, 부산 북항 미래를 비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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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부르크 하펜시티, 부산 북항 미래를 비추다

독일 북부의 항만도시 함부르크는 유럽 최대 해양 물류 허브 중 하나로, 오랜 항만 역사와 현대적 도시 개발이 조화를 이루고 있다. 특히 함부르크의 항만 재개발 지역인 ‘하펜시티(HafenCity)’는 낡은 항만 부지를 혁신적인 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6월, 부산시 관계자들이 우호협력도시인 함부르크를 방문해 하펜시티를 직접 둘러보며 부산 북항 재개발과의 유사점을 확인했다. 하펜시티는 2000년대 초부터 약 127헥타르의 옛 항만 부지를 대상으로 단계적으로 개발 중이며, 2040년 완공을 목표로 한다. 전체 면적의 약 40%를 공원, 광장, 보행로 등 공공 공간으로 확보해 ‘사람 중심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하펜시티는 보행자와 자전거가 우선인 도시 구조를 갖추고 있다. 지상에는 보행 전용 도로와 자전거 도로망이 조밀하게 구축되어 있으며, 주차장은 모두 지하에 배치된다. 세대당 주차 공간은 최대 0.4대로 제한하고, 그 중 약 30%는 공유 차량으로 운영된다. 대중교통과 공유 차량 이용이 편리해 신혼부부와 젊은 가족들이 자가용 대신 공유 차량을 선호하는 모습이다.

주요 환승 거점인 엘브브뤼켄(Elbbrcken)에는 지하철, 전기차, 자전거 등이 통합된 대중교통 시스템이 마련되어 시민들의 이동 편의를 극대화한다. 또한, 유치원, 학교, 마트, 공연장 등 생활 기반 시설이 도보 거리에 위치해 ‘15분 도시’ 정책과도 부합한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도시 설계도 하펜시티의 특징이다. 홍수 위험이 있는 수변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기반 시설과 건축물은 고지대에 조성되고, 도로와 광장은 계단형으로 배치되어 침수 피해를 최소화한다. 지속 가능한 건축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2010년부터 자체 ‘골드 스탠다드’ 인증제를 도입했으며, 2017년부터는 ‘플래티넘’ 인증제를 의무화했다. 2023년부터는 독일 지속가능건축협회와 연계한 특별 인증제를 적용해 일부 건물은 무공해 건물로 실험 설계되고 있다.

하펜시티 프로젝트는 주거와 상업 복합 공간으로 탈바꿈하며 약 4만5천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지하철과 버스 정류장 신설로 접근성을 높이고, 문화·교육·관광 분야뿐 아니라 중소기업, 대기업, 스타트업 등 다양한 산업 분야의 일자리를 유치해 활력 넘치는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폐창고는 청년 창업 허브로 재탄생해 유럽의 혁신가들이 모여드는 공간이 되었다.

부산 북항 역시 글로벌 창업허브로 도약 중이다. 북항 제1부두 폐창고를 리모델링해 2026년 준공을 목표로 창업기업과 혁신기업이 모이는 공간을 조성하고 있다. 이는 중소벤처기업부 공모를 통해 비수도권에서 유일하게 부산에 선정된 사업이다. 북항 재개발은 2008년 1단계 사업 착수 이후 일부 구간이 준공됐으며, 현재는 중구·동구 일원을 중심으로 2단계 사업이 진행 중이다. 총 개발 면적은 228만㎡에 달하며, 문화·업무·상업 기능이 결합된 복합 수변지구로 조성될 예정이다.

부산시와 해양수산부, 부산항만공사는 2019년부터 ‘북항 통합개발 추진단’을 구성해 시민 의견을 수렴하며 개발 방향을 구체화하고 있다. 북항 재개발은 단순 항만 개발을 넘어 도시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핵심 사업으로, 시민 체류 환경의 질을 높이고 녹지, 문화시설, 교육 및 업무시설을 조성해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하펜시티는 유럽에서 가장 모범적인 항만 재생 사례로 꼽히며, 전 세계 여러 도시의 수변도시 개발에 중요한 참고 모델이 되고 있다. 이 성공의 중심에는 도시 계획과 운영 방식, 그리고 시민과 공유하는 철학이 자리한다. 함부르크 시민들은 재개발로 인한 변화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이곳이 아이들이 뛰놀고 예술과 자연을 접하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고 평가한다.

도시를 바꾸는 일은 결국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이다. 부산도 하펜시티의 사례를 통해 바다와 공간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도시로 거듭날 가능성을 확인했다. 하펜시티는 북항이 도시 공간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할지 고민하는 데 중요한 비교 기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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