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길 4코스, 용두산과 복병산의 역사 탐방

부산 산길 4코스, 용두산과 복병산의 역사 탐방
부산의 대표적인 산인 용두산과 복병산 일대는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적 흔적을 간직한 공간입니다. 이번 4코스 답사는 부산의 원도심으로 불리는 이 지역에서 대일 교류의 공간과 식민지 근대의 이면을 살펴보는 여정입니다.
초량왜관과 근대도시 부산의 시작
용두산을 중심으로 조성된 초량왜관은 개항 이후 일본인 전관거류지로서 부산 근대도시의 탄생지입니다. 초량왜관의 중심 건물인 관수가는 왜관 책임자의 집무 및 거주 공간으로, 이후 부산영사관과 부산부청이 자리했습니다. 현재 관수가와 부산부청 정문 앞 계단은 거의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있습니다.
동관에는 재판가와 동향사 등 일본 관리들의 집무 공간과 외교 문서 기록소가 있었으며, 서관에는 삼대청과 육행랑이 자리해 국제시장 일대의 넓은 초지를 형성했습니다. 이 지역은 오래전부터 초량이라 불리며 왜관의 이름이 되었습니다.
용두산공원과 부산타워
용두산은 바다에서 보면 용의 형상을 닮아 이름 붙여졌으며, 1678년부터 왜인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신사가 세워졌습니다. 이 신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일본 신사로, 개항 후 거류민들의 기부로 확장되어 1910년대 부산타워 일대에 크게 이전되었습니다.
해방 후에도 신사는 일본인들의 거점 역할을 했으나 1945년 화재로 소실되었고, 한국전쟁 시기에는 피란민들의 판자촌이 형성되었습니다. 1954년 대화재로 용두산의 소나무 숲이 전소되었으며, 1955년 이승만 대통령의 80세를 기념해 용두산공원은 우남공원으로 명명되었습니다.
부산타워는 1973년 건립되어 부산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으며, 2021년 리모델링을 거쳐 부산다이아몬드타워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부산근현대역사관과 식민지 수탈의 흔적
부산근현대역사관은 1929년 동양척식주식회사 부산지점 건물로, 일제의 토지 수탈과 일본 농민 이주 지원을 담당한 기관의 역할을 보여줍니다. 인근에는 1963년 준공된 한국은행 부산지점 건물이 있으며, 2013년 이후 역사문화복합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40계단과 동광동 인쇄골목
40계단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애환이 서린 장소로, 개항 이후 매립과 산지 조성으로 형성된 지역입니다. 동광동 인쇄골목은 1960년대부터 인쇄소들이 모여 부산 인쇄산업의 중심지로 발전했습니다.
중구문화원과 적산가옥
중구문화원은 일제 강점기 정유업계 거부 다테이시 요시오가 지은 적산가옥을 복원한 건물로, 일본식과 서양식 주택이 결합된 독특한 형태를 지니고 있습니다. 2021년 복원 완료 후 문화원으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복병산의 역사와 부산기상관측소
복병산은 해발 76.6m의 작은 언덕으로, 초량왜관 시절 공동묘지가 있었던 곳입니다. 부산기상관측소는 선박을 본떠 모더니즘과 르네상스 양식을 결합한 건축물로, 내부 장식과 창문 등이 인상적입니다.
복병산 배수지와 상수도 역사
복병산 배수지는 부산 상수도의 시작을 알리는 시설로, 1895년 보수천 물을 끌어와 식수로 사용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상수도 시설입니다. 현재는 체육공원과 산책로로 시민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러시아영사관 터와 1953년 대화재
복병산 배수지 인근에는 1912년부터 1921년까지 러시아영사관으로 사용된 2층 양옥 건물의 축대가 남아 있습니다. 축대 곳곳에는 1953년 부산역전 대화재의 흔적이 검게 그을려 당시 화재의 규모를 짐작하게 합니다.
이번 4코스 답사는 부산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근대의 아픔을 되새기며 도시의 뿌리를 탐색하는 의미 있는 여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