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명산에서 만나는 선각자의 발자취

부산 산길 12코스, 불광산에서 대운산까지

부산을 대표하는 명산을 따라 고대부터 현대까지 이어져 온 문화유산을 찾아 떠나는 여정, 「부산 산길 역사의 발자취를 찾아서」의 마지막 12번째 코스를 소개합니다. 이번 코스는 상장안 마을에서 시작해 분청사기 가마터, 장안사, 척판암, 불광계곡을 거쳐 대운산과 내원암, 그리고 국립대운산 치유의 숲까지 이어집니다.

상장안 마을과 분청사기 가마터

상장안 마을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장안리에 위치한 자연 마을로, 이름 그대로 장안의 위쪽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장안’은 ‘오래도록 편안하다’는 뜻을 담고 있어 이곳 주민들의 삶의 염원이 담겨 있습니다. 마을 인근 금수동 계곡 남쪽에는 높이 10m에 달하는 바위가 우뚝 서 있으며, ‘금수동錦水洞’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어 이 지역의 위상을 보여줍니다.

또한, 상장안마을에는 15세기 후반부터 16세기까지 분청사기를 제작하던 가마터가 발굴되어 부산을 대표하는 가마 유적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2009년 부산박물관의 발굴 조사에서 6개의 가마 유적이 확인되었으며, 임진왜란 전후로 가마가 중단된 흔적도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당시 사기장과 도공들이 일본으로 피랍된 역사적 배경과 연결됩니다.

장안사와 원효의 선각자 정신

장안사는 신라시대 원효가 창건한 사찰로, 처음에는 쌍계사라는 이름이었으나 809년 애장왕 10년에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기장현읍지』에 따르면 장안사는 기장을 대표하는 4대 사찰 중 하나로, 모두 원효가 창건한 점에서 원효와 기장 지역의 깊은 인연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장안사는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다포식 팔작 지붕의 전통 목조건물을 보유하고 있으며, 대웅전은 2012년 보물로 지정되었습니다. 임진왜란 때 불탄 전각은 1658년에 중건되었고, 대웅전 내부에는 도금된 석조 석가여래 삼불좌상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사찰 내에는 원효 구도의 길을 따라 대나무 숲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어 방문객들이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습니다.

척판암과 불광계곡

척판암은 원효가 673년 문무왕 13년에 창건한 담운사로, 돌산 위에 자리해 무게감 있는 풍경을 자아냅니다. ‘척판’은 나무 판자를 던졌다는 뜻으로, 이와 관련된 전설이 『양산군지』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법당 앞에는 1972년에 세워진 삼층석탑이 있으며, 관음사에서 모셔온 사리 5과가 봉안되어 있습니다.

불광계곡은 ‘비단결 같은 물’이라는 뜻의 금수동 계곡에서 시작되며, 늦가을 붉은 단풍으로 유명한 박치골을 포함합니다. 이 계곡은 장안천의 원류로, 고운 물과 맑은 물이 합쳐져 흐르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대운산과 내원암

대운산은 부산과 울산의 경계에 우뚝 솟아 있으며, 19세기 문헌에도 ‘대운봉산’으로 기록되어 국가에서 보호받는 봉산임을 알 수 있습니다. 대운산은 회야강의 발원지 중 하나로, 천성산과 함께 여러 하천을 이루어 지역 생태계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내원암은 대운산 남쪽 온양읍 운화리에 위치한 고찰로, 신라시대에 창건되어 울산 지역을 대표합니다. ‘영남 제일의 명당’으로 불리며, 대웅전과 수세전 등은 20세기 후반에 재건되었으나, 1925년 대화재 이전의 규모와 위상을 기록한 문헌이 전해집니다.

내원암 앞에는 500년 이상 된 팽나무가 서 있어 오랜 역사를 품고 있습니다.

내원암 계곡과 국립 대운산 치유의 숲

내원암 계곡은 여름 무더위를 식히고 가을 단풍을 즐길 수 있는 치유의 공간입니다. 대운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은 두 갈래로 나뉘는데, 하나는 대운교를 지나 내원암으로 오르는 길이며, 다른 하나는 국립 대운산 치유의 숲을 경유하는 코스입니다.

치유의 숲은 산책로와 정자, 물치유욕장, 명상터 등 다양한 시설이 조성되어 있어 방문객들이 자연 속에서 휴식과 치유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도통골이라 불리는 골짜기는 원효가 도를 닦은 곳으로 전해져 역사적 의미를 더합니다.

이번 12코스는 부산과 울산, 양산을 잇는 산길을 따라 선각자 원효의 발자취와 함께 자연과 역사를 깊이 체험할 수 있는 특별한 여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