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덕산, 부산 역사의 숨결을 걷다

부산 산길 역사의 발자취, 구덕산 2코스 탐방
부산을 대표하는 산 중 하나인 구덕산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사와 문화를 품고 있다. 이번 2코스 탐방은 부산의 역사적 현장과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여정으로, 구덕산과 구덕고개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역사의 흔적을 따라 걷다
먼저 부산 감옥소 터가 위치한 대신동 삼익아파트 단지 일대는 과거 일제강점기 일본군 수비대 연병장과 1909년부터 부산 감옥소가 자리했던 곳이다. 현재는 아파트 단지로 변모해 감옥소의 흔적은 남아 있지 않지만, 이곳이 일제의 조선 침탈 전초기지였다는 사실은 잊지 말아야 한다.
이어 부산 전차 종점 터 표지석이 있는 동아대학교 부민캠퍼스에서는 일제강점기부터 1968년까지 운행된 부산 전차의 역사를 만날 수 있다. 특히 1952년 미국 무상 원조로 도입된 전차 중 마지막으로 운행된 차량이 보존되어 있으며, 2012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민족의 기상을 드높인 항일학생 의거
구덕운동장 인근에는 1940년 11월 23일 일제강점기 전시체제 하에서 벌어진 부산 항일학생 의거 터가 자리한다. 당시 일본의 군사훈련 명목으로 학생들을 동원한 운동대회에서 조선인 학생들이 차별과 부당한 경기 운영에 항의하며 대규모 시위를 벌였다. 이 사건은 부산 지역 항일운동의 중요한 역사적 장면으로 기록된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 영모비
중앙공원 입구에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을 기리는 붉은 비문이 새겨진 영모비가 세워져 있다. 시대를 거치며 여러 곳을 옮겨 다녔으나 현재 이곳에 자리 잡아 장군의 충정과 순국을 추모하는 상징적 공간으로 남아 있다.
구덕의 삶과 문화
구덕초등학교 인근에는 일본 전관 거류지에 용수를 공급하기 위해 1902년 완공된 구덕 수원지 터 표지석이 있다. 또한 구덕산과 엄광산 사이 고개에 위치한 꽃마을은 야생화를 채취해 생계를 이어온 마을로, 19세기 말부터 이어진 역사적 배경을 지닌 곳이다.
꽃마을 입구에는 구덕령 표지석이 세워져 있는데, 이 고갯길은 19세기 말 부산포에서 구포장을 잇는 유일한 지름길로서 어부와 장꾼, 의병들이 오가던 애환의 장소임을 알린다. 마을 내에는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당집도 자리해 전통 마을공동체 신앙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자연과 휴식의 공간, 구덕문화공원
구덕령에서 구덕산 정상으로 오르는 길목에는 2004년 조성된 구덕문화공원이 있다. 이곳은 시민들의 평생교육과 학생 현장학습을 위한 공간으로, 교육 역사관과 목석 원예관, 민속 생활관 등 다양한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2007년에는 박물관과 식물원, 체육 시설이 완공되며 현재의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구덕산 정상과 시약산
구덕산 정상(해발 565m)에 오르면 해운대의 고층 빌딩과 영도, 바다 위의 선박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정상 부근에는 기상 관측소가 있어 콘크리트 포장도로가 조성되어 있으며, 정상에서 남쪽으로 이어진 시약산 정상에는 시약정이 자리해 동쪽으로 펼쳐진 대신동 일대와 동해, 남해까지 조망할 수 있다.
부산 기상 관측의 역사는 1905년 설치된 부산임시관측소에서 시작되었으며, 현재 시약산에 위치한 기상 관측소는 부산시 문화유산자료로 지정되어 있다. 시약산 정상석은 관측소 바로 뒤에 세워져 있으며, 이름은 이곳에서 약초를 심거나 채취한 데서 유래한 것으로 추정된다.
승학산과 제석골, 그리고 부산일과학고등학교
시약산 정상에서 서쪽으로 내려가면 승학산과 시약산의 분기점인 자갈마당이 나온다. 이곳에서 승학 약수터를 지나 제석골로 이어지는 코스는 약 1시간 30분 소요되는 산행 구간이다. 제석골은 현재 산림공원으로 조성되어 체력 단련장과 족구장, 휴식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제석골 인근에는 2012년 개교한 부산일과학고등학교가 자리한다. 이 학교는 창의적 융합 과학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하며, 승학산 관련 명칭의 다양한 교육 시설을 갖추고 있다.
구덕산, 부산의 역사와 사람을 품다
아홉 가지 덕을 품은 구덕산은 부산 시민뿐 아니라 방문객들에게도 부산의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산행을 통해 부산의 과거와 현재를 되새기며, 지역의 소중한 가치를 느낄 수 있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