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동부산 욜로갈맷길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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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동부산 욜로갈맷길 첫걸음

길이란 무엇일까. 왜 우리는 길을 걷는가. 길을 걷다 보면 길만 보이지만, 길 너머에는 수평선과 무지개, 그리고 마음을 울리는 무언가가 있다.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면, 앞만 보고 걸을 때는 결코 볼 수 없던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욜로갈맷길은 부산을 대표하는 길 중 하나로, 갈맷길과 함께 부산다운 길로 손꼽힌다. 총 10코스로 구성되어 있으며, 욜로(YOLO)는 'You Only Live Once', 즉 인생은 한 번뿐이라는 뜻이다. 사람을 중심에 둔 인문학적 의미를 담은 길이다. 이 길을 따라 부산을 한 바퀴 걷는다면 누구나 자신을 소중히 여기게 되고, 귀인이 될 수 있다.

욜로갈맷길의 시작점은 기장군 임랑해수욕장이다. 이번에는 1코스 구간인 임랑에서 기장 일광까지 약 9.1km, 3시간 거리의 동부산 욜로길을 소개한다. 이 구간은 1코스부터 4코스까지 동부산 지역을 아우른다.

임랑해수욕장에 가려면 버스보다는 부전역에서 출발하는 동해선 열차를 이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부전역에서 약 50분 거리의 월내역에서 하차하면, 역에서 해수욕장까지 도보로 20분 정도 걸린다. 이 20분은 단순한 이동 시간이 아니라, 역사와 문화, 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역사적 의미가 담긴 월내어린이공원에는 4기의 비석이 있다. 이 중 3기는 보부상 반수 배상기라는 평범한 상인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그는 월내 일대에서 젓갈 장사를 하며 번 돈을 장학사업과 빈민 구제에 아낌없이 썼다. 무료 급식소가 있는 것도 그의 뜻이 이어진 결과다.

문화와 자연의 20분 구간에는 묘관음사와 500년 된 해송이 자리한다. 묘관음사는 선맥 법통을 잇는 사찰로, 성철 스님과 불필 스님의 일화가 전해진다. 해수욕장 끝자락에는 500년 된 해송과 200년 된 해송이 나란히 서 있어 마치 부모와 자식 같다.

임랑해수욕장에서는 금모래와 은모래뿐 아니라, 바다 너머 수평선도 함께 걸어보자. 수평선은 지구가 처음 생긴 그때부터 변하지 않은 한결같은 가치다. 수평선을 바라보며 걷는 일은 마음을 얼얼하게 만드는 경험이다. 오늘과 내일이 달라지는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임랑해수욕장 끝에서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은 기장 좌천으로, 다른 한쪽은 칠암과 일광으로 이어진다. 길은 언제나 두 가지 선택지를 준다. 이 길과 저 길, 간 길과 가지 않은 길, 처음에서 멀어지는 길과 처음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부산의 욜로갈맷길은 처음으로 돌아가는 고마운 여행길이다.

임랑 다음 마을인 문동과 문중은 문산이라는 뒷산 이름에서 유래했다. 기장은 포구가 많은 도시로, 월내, 임랑, 문동, 문중 등 18개의 포구가 있다. 부산에서 가장 많은 포구를 품은 지역이다.

포구마다 등대가 자리해 있다. 등대는 바다와 육지를 잇는 상징으로, 부산은 광역 대도시 중 등대가 가장 많은 도시다. 2025년 3월 기준, 부산에는 86개의 등대가 있어 인천(50개), 울산(40개)을 크게 앞선다.

동부산 등대의 절정은 칠암에 있다. 칠암은 붕장어마을로, 붕장어를 형상화한 붕장어등대, 해와 갈매기를 조형한 갈매기등대, 야구선수 최동원을 기리는 최동원등대 등이 있다. 이들은 지역 특색을 살린 조형등대다.

칠암을 지나 일광 이동방파제에서는 다섯 개의 등대를 볼 수 있다. 등대의 색깔은 등대가 전하는 언어다. 흰색, 붉은색, 초록색 등 색깔에 따라 등대가 안내하는 방향이 다르다. 방파제 맞은편 육지 끝의 등대는 검은색과 노란색이 섞여 있어 동쪽 방향을 알린다. 등대는 바다를 항해하는 이들에게 중요한 길잡이다.

중국 명나라 시절 지식인이 남긴 말처럼, 동서남북은 일정하지만 전후좌우는 정해진 방향이 없다. 답답할 때는 마음을 돌려 새로운 길을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다. 보이지 않던 길이 보일 수도 있다.

욜로갈맷길 1코스는 일광 바다에서 마무리된다. 단편소설 '갯마을' 문학비, 이팝나무공원, 고산 윤선도 유배지 치유의 거리, 그리고 윤선도 시를 새긴 삼성대 시비가 있다. 다만 시비 주변은 공사 중이라 아쉬움을 남긴다.

동부산 욜로갈맷길의 시작점인 기장은 부산 동쪽 끝 도시로, 해가 뜨는 곳이다. 해를 등지고 걸으면 걷는 이도, 부산의 길도 환하게 빛난다. 이곳이 바로 동부산 욜로갈맷길의 매력이다.

글·동길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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