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산단의 답은 현장에

부산시가 동부산권 산업단지 기업인들과 만나 생산 현장의 어려움을 듣고 해결 방향을 논의했다. 도시가스와 공업용수 같은 기반시설부터 통근버스, 주차공간, 전산보안까지 기업 운영과 근로 여건에 직접 연결된 과제들이 한자리에서 다뤄졌다.
민생 현장에서 답을 찾기 위한 ‘민생 100일 시민과의 동행 간담회’는 서부산권 산업단지에 이어 동부산권으로 무대를 옮겼다. 부산시는 기업의 건의를 소관 부서와 관계기관에 전달하고, 수요와 법적 근거, 사업성을 따져 후속 조치를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동부산권 기업인과 마주 앉은 부산시
간담회는 2026년 9월 29일 화요일 오후 2시 30분부터 오후 4시까지 기장군 정관읍 한국장애인고용공단 부산직업능력개발원에서 열렸다. 부산시와 유관기관 관계자, 산업단지 기업 대표 등 23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산업 현장에서 반복되는 불편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기업의 생산비를 높이는 에너지 문제와 인력 채용에도 영향을 주는 출퇴근 여건, 차량 통행을 어렵게 하는 주차난, 사이버 공격에 취약한 중소기업의 현실이 차례로 제시됐다. 부산시는 즉시 현황을 확인할 사안과 관계기관 협의 또는 제도 검토가 필요한 사안을 구분해 살펴보기로 했다.
오리산업단지 도시가스 공급 검토
오리산업단지 입주기업들은 도시가스 공급시설이 없어 LPG를 사용하는 상황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제시했다. 특히 열에너지 사용 비중이 큰 식품제조업은 상대적으로 비싼 연료비를 감당해야 한다. 야간 연속 작업 도중 연료가 소진될 가능성도 안정적인 생산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거론됐다.
김육용 이삭에프앤비 대표이사는 도시가스가 산업단지의 필수 기초 기반시설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입주기업들이 고비용 LPG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산업단지 초입의 배관망과 부산도시가스의 미공급지역 투자지원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부산시는 도시가스 공급 여부를 판단하려면 실제 수요와 경제성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급이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개별 기업의 수요만 보는 데 그치지 않고 동부산 E-Park 2단계 조성에 따른 추가 수요까지 파악해 부산도시가스와 협의하기로 했다.
주변 산업단지의 수요를 연계하면 배관 설치의 경제성을 높일 수 있는 만큼, 부산시는 필요한 자료를 면밀히 확인하며 공급 가능성을 살필 계획이다. 이는 기업의 연료비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안정적인 생산 기반을 갖추기 위한 검토다.
근무시간에 맞는 통근버스 과제
산업단지의 출퇴근 문제는 단순한 이동 불편을 넘어 신규 채용과 장기근속에 영향을 미치는 경영 과제로 다뤄졌다. 생산직은 오전 7시 30분 조기 출근이나 오후 4시 30분 이후 연장근무가 발생하지만 기존 통근버스의 운행시간이 실제 근무시간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현철 에스엘에프앤에프 대표이사는 운행 중인 셔틀버스가 아침과 저녁에 각각 두 차례 있지만 회사의 근무시간과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산업단지에서 철도 이용 지점까지 걸어서 약 15분이 걸리고, 기업이 별도의 통근버스를 운영할 경우 한 달에 약 1천200만 원이 든다는 현실도 전했다.
기업들은 무료 통근버스의 운행시간과 노선을 생산 현장에 맞게 확대하고, 개별 기업이나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통근버스에 비용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다.
간담회 당시 부산시는 차량 10대를 늘려 16개 산업단지에서 무료 통근버스 57대를 운행하고 있었다. 부산시는 현장의 수요를 토대로 시간과 노선을 더욱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지 확인하기로 했다. 기업이 직접 운영하거나 공동으로 마련하는 통근버스에 시 재정을 지원할 수 있는지도 검토 대상에 올렸다.
지원 여부는 이용 수요와 법적 근거, 행정·재정 투입의 효율성을 종합적으로 따져 결정해야 한다. 부산시는 기업 공동 통근버스 운영비 지원 가능성을 검토하는 한편, 산업단지 근로자 교통비 지원에 필요한 예상 수요도 추계할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동백패스와 K-Pass에 추가 지원을 연계하는 방안도 살펴보기로 했다.
정관산업단지 주차 실태 직접 확인
정관산업단지에서는 근로자와 방문 차량이 늘고 있지만 주차공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도로변 장시간 주차로 차량이 교행하기 어려운 구간이 생기고 사고 위험까지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최삼성 부산정관일반산업단지 입주기업체협의회 사무국장은 산업단지 안에 공용주차장을 확충하고 유휴부지를 공동주차장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통행에 지장이 없는 인도 일부 구간을 주차공간으로 전환할 수 있는지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산업단지 안의 제1호와 제2호 어린이공원도 논의 대상이 됐다. 기업 측은 주변에 주택이나 어린이집이 없고 근로자의 휴식공간 이용도 많지 않다며, 실제 이용 현황을 확인한 뒤 주차장으로 용도를 바꾸는 방안을 제안했다.
부산시는 시설의 명칭이나 기존 용도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실제 이용 실태를 먼저 확인하기로 했다. 평일과 주말에 제1호·제2호 어린이공원을 직접 점검해 아동과 근로자가 얼마나 이용하는지 살필 예정이다.
실질적인 이용자가 없는 것으로 확인되면 법정 녹지비율 등 관련 기준을 검토한 뒤 주차장으로 용도변경할 수 있는지 판단한다. 기장군의 주차장 수급실태 조사 결과도 확인해 산업단지에 필요한 주차 규모를 파악하고, 현실적인 확충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중소기업 전산보안 지원 확대
생산과 경영 활동이 전산 시스템에 의존하는 만큼 사이버 공격은 기업 자료의 유출을 넘어 공장 운영 자체를 멈추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 보안 전문인력과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갖추기에는 인력과 비용 부담이 크다는 현장 의견이 나왔다.
문보현 유일고무 전무이사는 중소기업도 생산과 경영에 필요한 중요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만 전문 보안인력과 투자 여력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방화벽과 백신, EDR, 데이터 백업 등 기본 보안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예산이나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부산시는 부산정보보호지원센터를 통해 기업별 맞춤형 교육과 상담, 컨설팅을 이어가기로 했다. 2027년부터는 중소기업 보안 관리체계와 보안관제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향도 제시했다.
사이버 피해가 발생했을 때 복구 부담을 덜 수 있도록 보험 지원 신규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예방 교육과 보안체계 구축, 사고 대응과 복구까지 연결해 중소기업의 전산보안 기반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공업용수 등 생산 기반도 논의
이날 간담회에서는 도시가스뿐 아니라 공업용수처럼 공장을 움직이는 기반시설 문제도 함께 다뤄졌다. 산업단지 기업이 안정적으로 생산하려면 에너지와 용수 공급이 뒷받침돼야 하고, 근로자가 일터에 도착할 수 있는 교통수단과 안전한 도로 환경도 필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회의장에서는 기업 대표들이 현장의 상황을 설명하고 부산시와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검토 조건을 확인하는 논의가 이어졌다.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사안과 추가 조사·협의가 필요한 사안이 구체적으로 나뉘면서, 현장의 요구를 행정 검토로 연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건의사항 후속 관리 이어간다
부산시는 간담회에서 접수한 건의사항을 소관 부서에 전달하고 해당 기업과 직접 소통하며 검토 결과를 안내할 계획이다. 이후 조치사항도 계속 관리하고 점검해 논의가 실제 개선으로 이어지는지 살피기로 했다.
도시가스 공급은 추가 수요와 경제성 확인이 필요하고, 통근버스 지원은 이용 규모와 법적 근거를 따져야 한다. 공원 부지의 주차장 전환 역시 실제 이용 상황과 녹지 기준을 확인해야 한다. 전산보안 지원은 기존 교육·컨설팅을 이어가면서 2027년 이후 관리체계와 관제 서비스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추진된다.
이번 동부산권 간담회의 핵심은 기업의 생산 현장과 근로자의 일상이 서로 분리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에너지 비용이 생산 경쟁력에 영향을 주고, 출퇴근 시간이 채용과 장기근속을 좌우하며, 주차환경과 정보보안이 안전한 기업 활동을 뒷받침한다.
부산시는 기업이 생산에 집중하고 근로자가 더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도록 현장 건의를 세부 과제로 정리했다. 전재수 부산시장은 기업의 목소리에 신속히 대응하고 부산에서 사업할 힘이 나는 시정을 만들겠다는 뜻을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