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학산 억새밭과 역사길 탐방

부산의 역사와 자연이 어우러진 승학산 산길
부산을 대표하는 산 중 하나인 승학산은 고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문화유산과 자연경관을 품고 있다. 이번 답사에서는 승학산을 중심으로 한 1코스를 따라 부산의 역사와 자연을 함께 느껴볼 수 있다.
에덴공원과 청마 유치환 시비
승학산 하단에 위치한 에덴공원은 예전 ‘강선대’라 불리던 곳으로, 신선이 내려앉았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이곳은 낙동강과 남해 바다가 만나는 넓은 삼각주와 평야를 조망할 수 있는 장소다. 일제강점기에는 일본군 포병 부대가 주둔했던 역사적 배경도 있다.
공원 내에는 부산을 대표하는 음악인 오태균의 음악비와 시인 청마 유치환의 시비가 자리해 있다. 오태균은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에 깊은 감명을 받아 음악가로 성장했으며, 청마 유치환은 부산에서 문예 활동을 펼치며 대표작 「깃발」을 남긴 시인이다.
민주화의 숨결, 6월 항쟁도와 이태춘 열사 추모비
에덴공원에서 승학산 방향으로 이동하면 동아대학교 승학캠퍼스가 나온다. 이곳에는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기념하는 벽화 ‘6월 항쟁도’가 있으며, 민주화 운동 중 희생된 이태춘 열사의 추모비도 있다. 이태춘 열사는 군사 독재 시절 민주화를 위해 투쟁하다 27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캠퍼스 내 공원에는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횃불 동상과 민주화 헌신자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어 방문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승학산 명품 숲길과 정상 전망
승학산 명품 숲길은 동아대학교 학군단 뒤편부터 전망대까지 이어지는 산길로, 소나무와 참나무가 우거진 완만한 등성이를 걷는 동안 상쾌함을 느낄 수 있다. 중봉 부근에는 굵은 가지가 세 갈래로 뻗은 소나무가 우람한 자태를 자랑한다.
정상 부근 전망대에서는 낙동강과 김해평야, 가덕도와 거제도, 을숙도 너머 남해 바다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정상석에는 해발 497m가 기록되어 있으며, 고려 말 무학 스님과 관련된 산 이름의 유래가 새겨져 있다.
정상 옆에는 새천년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세워져 있으며, ‘학이 하늘에서 우니 온 세상에 다 퍼진다’는 문구가 방문객들의 마음에 깊은 인상을 남긴다.
광활한 억새밭과 치유의 숲
승학산의 진면목은 정상에서 구덕산 방향으로 펼쳐진 약 10만㎡ 규모의 억새밭이다. 가을이면 은빛 물결을 이루는 억새는 방문객들에게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선사한다. 최근에는 사하구청과 민간단체가 협력해 억새밭을 복원하여 탐방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억새밭을 지나면 ‘부산 치유의 숲’이 조성되어 있다. 편백나무 사이로 난 오솔길과 나무 데크가 마련되어 있어 시민들이 숲의 향기를 맡으며 일상의 피로를 치유할 수 있다. 이 치유의 숲은 2024년 8월부터 운영 중이다.
제석골 할매당과 당리마을 돌탑
승학산 제석골에는 오래전부터 제당이 있던 ‘제석골 할매당’이 위치해 있다. 이곳은 음력 삼월 삼짇날 새벽에 당산제를 지내는 전통이 이어져 온 장소다. 할매당은 기와 팔작지붕에 블록 벽으로 마감된 구조물로, 제당과 제물당 두 칸으로 나뉘어 있다.
당리마을에는 낙동초등학교 앞에 돌탑이 세워져 있으며, 200여 년 된 검팽나무가 보호수로 지정되어 있다. 당산제는 마을의 수호신에게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는 전통 민간 신앙으로, 오랜 세월 구비전승되어 왔다.
